특징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특수효과가 다소 뒤처지는 면이 있지만 그 이전까지 한국 영화 중 특수효과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줬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후 한국 전쟁 영화들은 이 영화만큼 정교한 특수물이나 스케일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또한 15세 관람가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많았습니다. 지뢰를 밟거나 머리에 총을 맞아 머리의 절반이 날아가는 장면, 마취 없이 배를 갈라 장기가 나오는 장면, 구더기가 감염된 상처에 들끓는 장면, 안구를 손가락으로 찍어 누르는 장면, 총에 맞아 팔이 잘리는 장면 등이 표현됩니다. 잔인한 장면을 보지 못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영화에 나오는 시체도 분장도 정말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만약 모르는 사람이 이 모습을 본다면 실제로 살인이 일어났다고 생각될 만큼의 현실감을 구현했습니다. 즉, 전쟁의 참혹함과 잔혹함, 공포, 열악한 지형 등이 영화에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감독 강제규 감독은 전쟁의 무서움을 어떻게 해야 생생하게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영화에 참여한 사람이 케냐로 이민을 가서 책을 출간했는데, 그 책을 보면 정교한 시체 하나를 만드는 데 천만 원이 들었고, 수십 개를 만들어 부숴야 했다고 회상합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영화인 만큼 전쟁의 참혹함은 물론, 전장의 열악한 지형과 주먹밥을 먹으며 흙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예기치 못한 전투에 대비하는 상황 등이 매우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화려한 전투 장면을 보여주는 것보다 전쟁으로 인해 인간의 삶이 얼마나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사실적인 영화였다는 게 대다수 응답자의 평가였습니다. 제목은 <태극기 휘날리며>이지만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나 반공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국가가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공청년단장 역을 맡은 김수로는 반공을 가장한 학살을 저지르며 제대로 된 악역을 연기했습니다. 특히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강요당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하고 이진태가 배신하고 인민군에 입대하거나 같은 국민을 향해 화기를 던지는 장면도 나옵니다. 같은 형제끼리 서로에게 총을 겨누면 안 된다는 교훈적인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해외판은 'The Brotherhood of War'이라는 부제를 달고 컷라인을 더 명확히 했습니다.
줄거리
2003년 양구군 두밀령에서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자들. 인부들은 생존자 '12사단 이진석 하사'의 이름이 적힌 만년필을 발견하고는 이를 이상하게 여겨 그의 집으로 전화 거는데 이진석 하사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게되고 신원 조회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사과하지만 이진석은 답답한 마음에 황급히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섭니다. 집을 나서기 전, 그는 장롱 속에 넣어둔 오래된 가족사진과 깨끗한 구두 한 짝을 꺼내며 잊고 지냈던 53번의 순간을 떠올리게 됩니다. 1950년 6월, 서울 종로에서 구두닦이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하던 진태와 서울대학교를 목표로 공부하던 진석은 벙어리 어머니와 진태의 약혼녀, 어린 동생들과 함께 작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쟁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평화는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군이 38선을 넘어왔다는 내용의 전단이 서울 시내 곳곳에 돌았고, 헌병들은 군용 트럭을 몰며 휴가 나온 군인들이 서둘러 복귀시키고 있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진석의 가족과 동네 사람들은 한밤중에 짐을 싸서 떠났고, 진석의 가족은 외삼촌이 살고 있는 경남 밀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대구. 진태는 아픈 가족을 위해 약국에 약을 사러 가고, 진석은 밀양행 기차를 찾기 위해 서둘러 역으로 향하지만, 여전히 용병 열차는 아예 운행을 멈춘 상태입니다. 진석은 약국에 간 형을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역 앞마당에 군용 트럭이 멈춰 섰고 진석은 군인을 따라 학도참전병들이 가득 탄 기차에 오르게 됩니다. 약국에서 약을 겨우 사게 된 진태는 열차에 올라탄 진석과 함께 다시 내리려 하지만 결국 함께 징집대상이 되어 엄마와 영신과 생이별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끌려간 장병들은 훈련할 시간도 없이 최전선에 투입됩니다. 전장의 끔찍한 광경을 본 진태는 진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군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진태는 군단장으로부터 명예 훈장만 받으면 동생을 전역시킬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고, 그때부터 국가관도 충성도도 없이 오직 진석을 전역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전쟁의 우상이 되어 계급도 올라가지만 점차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남으로 변해갑니다. 진석은 형의 그러한 노력으로 훈장 받아 전역해 엄마와 가족들을 볼 낯이 없다며 다시는 무모한 짓을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둘의 돈독했던 우애는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뿐만 아니라 가까이 지내던 전우 영만이 죽고, 인민군에 투항했다가 포로로 잡혀간 자신의 가족 용석이 진태가 쏜 총탄에 맞아 죽고, 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영신이 반공청년대장에게 살해당하면서 진태의 동료애와 이성은 완전히 산산이 부서져 버립니다. 이때부터 진석은 형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주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람으로 여기게 됩니다. 후에 진석은 가족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진태가 인민군에 입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제대 전날 그를 구하러 전방으로 가게 됩니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인민군 부대장이 된 형을 찾아 정신 차리라고 애원하지만 그는 진석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기적적으로도 진태는 동생을 알아보고, 동생이 안전하게 전장에서 후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수십만 명의 인민군에게 기관총을 쏘며 반격에 나서지만, 결국 앞선 공격에서 전사하고 5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진석과 유해로 상봉하게 됩니다.
관람평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과 그 안에서의 인간이 겪은 경험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삶이 찢겨진 두 형제가 전쟁이 진행되며 갈등이 일어나고 결국엔 슬픔 속에 재회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실제 전쟁의 모습을 보는 듯 현실감 높은 영상미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영화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정치적 맥락에 관객들로 하여금 통찰력을 제공하며 그의 의미와 결과에 대해 성찰하도록 합니다. 전반적으로 이 영화는 '전쟁에서의 형제애'라는 인상을 지속적으로 남기는 영화이고 전쟁으로 인한 많은 희생을 기리는 역할도 합니다.
한국 전쟁을 잘 모르던 해외 관객들 또한 호평이 이어진 흥행 영화이며 이로 인해 한국 전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한국을 알리는 영화로도 자리매김 하였습니다.